개헌을 반대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조건 하나를 걸었고, 그 조건을 한 달 사이 세 번 반복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026년 8월 14일 페이스북에서 거듭 말하지만 개헌의 전제 조건은 간단하다며, 대통령이 한 번만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같은 글에서 분권형 개헌은 연임 불가를 피해 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규정했고, 임기단축 개헌을 끝으로 시민으로 돌아가 재판을 받겠다고 한다면 혹시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9월 5일에도 같은 요구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 불가 선언을 굳이 해야 하는 이유는 본인의 전력 때문이라며, 보통 사람이라면 도둑질을 안 하겠다는 약속이 필요 없지만 전과자라면 서약서라도 써야 일을 맡길 수 있다고 비유했다. 대통령이 연임 불가 선언 요구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답한 뒤 나온 반응이었다.
9월 7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다시 같은 말을 했다. 김 대표가 5·18과 부마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을 개헌의 출발로 제시하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된다고 하자, 장 대표는 명분은 5·18과 부마항쟁이지만 본심은 권력구조 개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정말 개헌을 하고 싶다면 야당이 아니라 대통령부터 설득해야 하며, 김 대표가 연임 불가 선언을 받아오면 개헌의 1등 공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오마이뉴스는 그가 김 대표의 연설이 끝나기 전에 본회의장을 떠난 뒤 SNS에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개헌의 전제는 간단하다. 이미 몇 번이나 밝혔다”2026.9.7 장동혁 페이스북 — 매일신문 인용
같은 해 2월 4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는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 이전을 위해 헌법 개정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5월 개헌안 표결 국면에서는 협조를 거부했고, 8월부터는 연임 불가 선언을 전제로 내걸었다. 7개월 사이에 제안, 거부, 조건부 요구로 입장이 옮겨간 셈이다. 다만 2월 제안은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개헌이고 이후 논의는 권력구조 개편이 포함된 개헌이라는 점에서 범위가 다르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이 입장의 성격은 당내 다른 흐름과 비교하면 드러난다. 한국일보는 8월 17일 기사에서 장 대표에 이어 친한계 의원들도 어떤 조건이든 이재명발 개헌은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고 보도했다. 개헌 자체를 거부하는 쪽과 조건이 충족되면 논의할 수 있다는 쪽이 갈렸고, 장 대표의 요구는 후자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다만 그가 조건이 충족될 경우 개헌에 찬성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발언은 확인되지 않는다. 세 차례 발언에서 반복된 것은 연임 불가 선언이 없으면 개헌 논의를 받지 않겠다는 부정형이다. 이를 조건부 찬성으로 읽을지 개헌 저지의 명분으로 읽을지는 발언 자체로는 갈리지 않는다.